작성일 : 03-10-15 23:36
가을 동화
 글쓴이 : 오충갑
조회 : 3,865  
어둠이 가시고 사방이 훤하게 밝아오는 14일(화요일) 아침에,
사십 수 년간 내 기억속에 오롯이 새겨놓은 정겨운 고향을
다시 만났다.
산 위에서 앞산을 건너다 보는 고향 모습은 안개에 휩싸인 채
정정함을 잃지않은 푸르른 빛을 간직하고 내 앞에 펼쳐졌다.
남면에서 내려오고,동면에서 흐르는 재산천은 어김없이
새터마 앞자락에서 만나 누렇게 물들어 더욱 풍성해 보이는
재산들을 감싸흐르고
풀숲에 서있는 옷나무 와 떡갈나무의 붉고 누런 단풍은
객지 생활속에 나약해진 나에게 편안한 위로를 주는 듯
친근한 모습이었다.

오후 2시경 집안 행사를 마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만난
고향친구는 서서 나누는 작별인사는 당대에 없는
행우딱지라는 말로 부족한 예법을 나무라면서
물고기 잡아 한잔하자는 말로 꼬드기는 바람에
엉거주춤 주저앉아 예정에 없던 물고기잡기 오후행사에
들어갔다.

철없던 어린시절 물고기 잡던 모습과 방법 그데로
양 재현(재산사랑/운영자)은 그물(반도)을잡고,
앞장군 이태훈은 돌들시고 나는 종다래끼 당번으로
자동으로 정해 도치쏘 위에서 부터 시작한 천렵은
조용하고 도란도란 흐르던 냇가에
그물한번 들어 올릴 때 마다,
함성과 엉그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수꾸짐자구,꾸구리,텅고리,피리,버들먹지,미꼬리,중사자구
여네깍데기(양사장 말로는 쉬리를 이른다는 말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긴가민가 함),철일러 먹지 못하는 깨구락지 까지
그물에 담겨나오는 얼굴은 낯선놈 없고,반가운 놈 뿐이었다.
대여섯살 먹은 어린애 너덧명이 와서 고기보자고 할 때는
내가 대장처럼 보였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강쏘 밑에 다리넘어진 곳에서 끝난 천렵은

양사장 송이 선별 사무실에서 드디어 메주고추장에 버무린
매운탕 파티가 시작될 무렵에는 어둠이 곁에왔다.
가인/현빈엄마(양사장 아내)에게 귀찮을 만큼 주문을 시킨
자리는 박문창,신상기가 합세했을 때는 숟가락 전쟁이
벌어지고,그냥먹기 아까와 울산 현대차에 근무하는
권오주에게 전화해서 함께못하는 마음에 불까지 질렀다.
국물에 라면을 두번 끓이고,국수 또 우려먹고
마지막엔 참기름과 김을부셔넣고 밥까지 뽁아 먹어서야
왁자지껄한 전쟁이 잦아 들었다.

술기운을 가셔내고 서울을 향하는 차창에 함께 넣어주는
송이는 고향마음과 함께 동행해 먼길 조심해 가라는
살가운 정성이었다.

어둠에 쌓인 고향을 뒤로하고 도회의 빠르고 분주함 속으로
되돌아온 나는 이번 가을 이야기가 동화라고 생각한다.

친구여 !
우리 마르지 않는 이야기 샘물은 동화가 되고, 시가되고
너 와 나의 자그만 세상에 전설이 되어
끝 없이 흐르게 하자꾸나.

그럼 안녕히...

이름 패스워드 비밀글